부고 문자만 보내고 안 나온 동료 — 경조휴가는 어디까지가 권리인가

어두운 책상 위에 놓인 흰 국화 한 송이와 접힌 검은 넥타이

지난 17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 짧은 글이 하나 올라왔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모친상을 당한 동료가 부고 문자만 보내고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경을 적었다. 기관 이름도, 당사자도 확인되지 않은 익명 게시물이다. 어느 기관에서 벌어진 일인지, 그 뒤에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도 확인된 바 없다.

그럼에도 이 글이 빠르게 퍼진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 대부분이 비슷한 장면을 한 번쯤 겪었기 때문이다. 상을 당했는데 회사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문자부터 보낸 경험, 혹은 상중인 동료에게 서류는 언제 내느냐고 물어봐야 했던 경험 말이다. 논쟁은 늘 예의가 있느냐 없느냐로 흘러가지만, 정작 확인해야 할 것은 규정이 뭐라고 적혀 있느냐다.

규정을 먼저 펴 보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0조 제1항은 이렇게 돼 있다.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에게 경조사가 있으면 별표 2의 기준에 따라 휴가를 주어야 한다. 줄 수 있다가 아니라 주어야 한다다. 법령에서 이 차이는 작지 않다. 기관장에게 재량이 남아 있는 조항이 아니라, 요건이 갖춰지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기속 규정이라는 뜻이다.

별표 2가 정한 사망 시 휴가일수는 다음과 같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별표2 사망 시 경조사 휴가일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별표 2가 정한 사망 시 경조사 휴가일수

물론 휴가는 신청해야 시작된다. 그런데 신청주의라는 말이 곧 본인이 직접 출근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복무규정 어디에도 그런 요건은 없다. 사망진단서나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증빙은 통상 사후 제출로 갈음하고, 신청 자체도 유선이나 메신저, 대리 신청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다. 상중인 사람을 사무실로 부르는 절차는 규정이 요구한 적이 없다.

지방공무원도 다르지 않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7조의7과 별표 1에 사실상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다만 형제자매 사망 휴가는 자료마다 숫자가 갈린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올라와 있는 별표 파일은 1일, 인사혁신처가 배포한 안내 자료는 3일로 돼 있다. 어느 쪽이 최신 개정을 반영한 것인지 공개 자료만으로는 확정하기 어려우므로, 실제로 신청할 일이 생겼다면 소속 기관 인사과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런데 이 표는 공무원만의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이 논쟁의 진짜 지점이다. 위의 표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다. 민간 기업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민간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에는, 경조휴가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법에 없다는 말은 곧 법정휴가가 아니라 약정휴가라는 뜻이다. 회사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해 두면 존재하고, 정해 두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 인사 규정에 경조휴가 5일이 적혀 있는 것은 법이 시켜서가 아니라 그 회사가 스스로 정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오해, 가족돌봄휴가

그럼 회사에 경조휴가 규정이 없는 사람은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여기서 많은 사람이 가족돌봄휴가를 떠올린다. 연 10일, 하루 단위로 쓸 수 있고 법에 근거가 있는 제도이니 장례에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쓸 수 없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는 가족돌봄휴가의 사유를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그리고 자녀 양육으로 한정하고 있다. 사망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라고 만든 제도이지, 장례를 치르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문이 그렇게 돼 있는 이상 해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상을 당한 민간 근로자가 쓸 수 있는 제도 비교
경조휴가 규정이 없는 회사라면 법이 보장하는 수단은 연차 하나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경조휴가 규정이 없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부모상을 당했을 때, 법이 보장하는 수단은 연차유급휴가 하나다. 그것도 내 연차를 깎아서 쓰는 것이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면 그해 여름휴가가 사라져 있는 구조다.

취업규칙에 한 줄이 있느냐 없느냐

다만 약정휴가라고 해서 사장 마음대로라는 뜻은 아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경조휴가가 명시돼 있다면 그때부터는 근로조건이다. 근로기준법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에 기재된 휴가는 회사와 근로자를 모두 구속한다. 규정이 있는데 주지 않으면 위법이고, 경조휴가 대신 연차로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규정이 없으면 청구할 근거가 없고, 규정이 있으면 반드시 줘야 한다. 경조휴가를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이 한 줄의 유무에서 갈린다.

문제는 규정이 없는데 관행만 있는 경우다. 수년째 직원들이 상을 당하면 사흘씩 쉬어 왔다면 노동관행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이는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관행의 반복성과 규범의식을 개별적으로 따져 다퉈야 하는 영역이다. 확실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입사할 때 취업규칙을 한 번 펼쳐 보는 것.

친조부모는 되고 외조부모는 안 되던 시절

경조휴가가 얼마나 관습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는지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1월 18일, 친조부모상에는 경조휴가를 주면서 외조부모상에는 주지 않는 규정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개정을 권고했다. 부계 혈족과 모계 혈족을 나눠 휴가일수를 달리 정하는 것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취지였다.

불과 몇 해 전 일이다. 지금의 공무원 복무규정이 조부모와 외조부모를 나란히 3일로 묶어 둔 것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을 거쳐 정리된 결과에 가깝다. 민간의 사규는 여전히 손대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조의금은 얼마까지 괜찮은가

휴가와 함께 늘 따라붙는 질문이 조의금 액수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 즉 공직자와 교직원, 언론인 등이 관련되면 시행령 별표 1의 한도가 적용된다.

구분한도
현금 조의금5만원
화환·조화만 보낼 때10만원
현금과 화환을 함께 보낼 때합산 10만원 이내, 단 현금은 5만원을 넘길 수 없음
청탁금지법 시행령 별표 1 기준

회사가 직원에게 지급하는 경조사비는 별개다.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10조 제1항은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의 경조금을 비과세로 보고 있다. 다만 사회통념상 타당한 범위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 딱 떨어지는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직급이나 근속에 따라 지나치게 차등을 두면 다르게 볼 여지가 생긴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장례 휴가를 법으로 정해 둔 나라는 생각보다 많다. 프랑스는 노동법전 L.3142-4조에 유급 장례휴가를 명시하고 있고, 배우자와 부모는 3일, 자녀는 12일에서 14일까지 보장한다.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도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국은 2025년 고용권리법 제정으로 무급 1주의 유족 휴가를 새로 만들었고, 시행은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반대로 일본과 미국 연방법에는 법정 장례휴가가 없다. 일본의 기인휴가는 회사 취업규칙에 근거한 관행이고, 미국은 일부 주와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뿐이다.

주요국 장례 휴가 법제 비교
주요국의 유족·장례 휴가 법제 비교

한국이 특이한 지점은 휴가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같은 상을 당해도 공무원이면 법으로 5일이 보장되고, 민간 근로자면 회사 규정을 뒤져 봐야 한다는 것. 공과 사의 격차가 제도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국회에 올라와 있는 법안 하나

이 격차를 메우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권향엽 의원은 2025년 4월 23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안번호 2210072, 제62조의2를 신설해 경조휴가를 법정휴가로 만드는 내용이다. 같은 해 7월 18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됐고, 그 뒤로는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취업규칙에 한 줄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 통과되지 않으면 지금 구조가 그대로 이어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의안번호로 검색하면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예의가 아니다

다시 처음의 글로 돌아가 보자. 부고 문자만 보내고 나오지 않은 동료가 무례했는가. 규정만 놓고 보면 그는 규정이 요구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 글에 공감이 모인 이유는, 많은 조직에서 경조휴가가 여전히 규정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눈치껏 얻어 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제도가 분명하면 예의를 따질 일이 줄어든다. 신청 방법이 명확하고, 증빙은 나중에 내면 되고, 며칠을 쉴 수 있는지 누구나 알고 있다면 부고 문자 한 통으로 충분하다. 반대로 제도가 흐릿할수록 상을 당한 사람이 회사의 눈치까지 함께 감당하게 된다. 지금 확인해 둘 것은 딱 하나다. 내 회사 취업규칙에 경조휴가 조항이 있는지, 있다면 며칠인지.

참고 자료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0조 및 별표 2 (국가법령정보센터)
  •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7조의7 및 별표 1
  •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제93조(취업규칙의 작성·신고)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가족돌봄휴가)
  • 국가인권위원회 2023년 1월 18일 차별 시정 권고
  •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
  •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10조 제1항
  •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권향엽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10072
  • 프랑스 노동법전(Code du travail) L.3142-4
  • 영국 Employment Rights Ac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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